THE JOURNAL / VOL. 01
QUIET.
ESSAY 002

이글에서는 다음 곡이 궁금하다
좋아하는 곡을 듣고 나면 다음에도 비슷한 곡을 고르게 된다. 남이 골라 주는 음악의 재미는 그 습관을 잠깐 벗어나는 데 있다. 요쓰야의 이글에서 눈길이 가는 물건도 선곡 노트다. 수천 장의 음반 사이에서 무엇을 꺼내고, 그 뒤에 무엇을 들려줄지 고민한 자취가 작은 노트에 남는다.
고토 마사히로가 이글을 연 것은 1967년이었다. 시작은 아버지가 운영하던 바의 지하였다. 나중에 따로 열었던 록 카페 Disc Chart는 반년 남짓 만에 문을 닫았는데, 도로 확장으로 이글이 이사해야 하자 그 공간을 다시 쓰게 됐다. 록을 들려주던 방에 재즈 음반과 스피커가 들어온 셈이다.
2025년 취재 당시 음반은 LP 약 4천 장, CD 약 7천 장에 이르렀다. 오래된 명반도 새로 나온 음악도 선곡의 재료가 된다. 목재로 꾸민 실내에서 오후 여섯 시까지 대화를 삼가던 감상 방식은, 그 순서를 서두르지 않고 따라갈 여유를 주었을 것이다.
한 장을 고르는 취향만큼 여러 곡을 잇는 감각도 궁금해진다. 익숙한 연주 뒤에 전혀 모르는 이름이 나올 때, 방금 들은 곡까지 조금 다르게 들릴 수 있으니까. 이글에서는 아는 곡을 기다리는 마음과 모르는 곡을 기다리는 마음이 나란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