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 VOL. 01
FRAME.
ESSAY 017

물려받은 오천 장을 들려주려고
LP 오천 장을 건네받는다면 어디에 둘 것인가. 그보다 먼저, 언제 다 들어 볼 수 있을까. 하마마쓰 Tournez La Page의 점주 야노에게 그 음반들은 재즈를 알려 준 오구리에게서 온 것이었다. 보관할 자리를 넘어 제대로 들려줄 공간이 필요했다.
야노는 미국 대학과 밴쿠버의 영화 제작 현장을 거쳐 일본으로 돌아왔다. 2005년 5월 가게를 열기까지, 물려받은 음반을 어떻게 재생할지 고민했다. 2021년 인터뷰에 따르면 도쿄의 오디오 전시회에서 만난 Avantgarde 스피커가 그 구상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됐다.
실내에는 커다란 혼 스피커와 대형 스크린이 함께 있다. 음악 곁에 무성영화의 이미지가 놓이는 풍경이다. 영화 제작에 몸담았던 이력이 이런 곳에서 드러난다. 커피 역시 직접 원두를 볶고 산지를 연구하며 준비했다. 좋아하고 배워 온 일들이 한 가게 안에서 각자의 자리를 얻었다.
오천 장이라는 숫자는 쉽게 실감 나지 않는다. 매일 몇 장씩 꺼내도 오래 걸릴 양이다. 그중 한 장이 스피커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들릴 때마다, 음반을 건넨 사람과 받은 사람 사이의 인연도 조금씩 가게 밖으로 전해질 것이다. Tournez La Page에서 커피를 마시며 듣게 될 음악의 출발점이 궁금해진다.